공덕역 실종사건을 통해 본 악마연인콤플렉스

(Demon lover complex)


변 화 순(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 한국한부모연합 공동대표)



 영국의 로널드 페어베언( R. Fairbairn)은 대상관계이론 관점에서 "악마 연인 유형의 부모" 에 의해 고통당하는 아동들에 대해 관찰하였다.

 


 페어베언은 친부모에 의해 심각하게 학대받은 아이들이 위탁가정에 맡겨져 치료받는 과정에서, 그들이 끊임없이 위탁 가정에서 도망쳐 학대하는 친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리 심한 학대를 받았어도 그들은 최초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심리적으로는 일차적인 어머니가 유일한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는 최초의 어머니가 아이의 발달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못할수록, 부모를 넘어서는 사람과 독립되고 구별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적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왜냐하면 그런 아이의 내적 세계에는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가 일차적인 대상(부모)과의 관계양상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이 현실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인가 아닌가를 구별할 수 있는 정신적 발달이 정지된 것이다.

 


 이상적인 부모란 사실상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는 반응 없는 부모의 특징을 닮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의 특성들을 흡수하는 것을 통해 부모에게 연결되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자기의 분열을 초래한다. 즉 자기의 일부는 외부세계의 실제 부모로 향하며 그들로부터 실제적인 반응을 구하는 한편, 자기의 다른 일부는 내적 대상, 다시 말해 환상적인 부모상으로 향한다. 일단 부모와의 경험이 분열되고 내면화되면, 그 경험은 유혹하고 약속을 남발하는 특징(흥분시키는 대상)과 좌절을 주고 실망시키는 특징(거절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분리된다(스테판 밋첼, 마가렛 블랙, 2002) .

 


 그들 심리의 주요 부분들은 합입된 내적 대상들과 함께 갇혀있다. 이 내적 대상들은 소화되지 않고 상징으로 동화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상징의 의미는 현재와 과거를 구별하고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초기 경험들을 의식적으로 직면해 줄 수 있도록 한다. 그로 인해 사람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상징 대신에 해리된 경험이 합입되어 있거나 구체화된 나쁜 대상에 사로 잡힌 상태에 있으면 그것은 마치 악마에게 사로잡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는 해리된 자기와 타자의 일부만 인지하는 부분 대상들로서 존재한다. 그들은 상대가 전적으로 이상화되지 않는 한, 사랑이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화된 대상은 실제로는 없는 심리적 가공물이다. 그런 심리 상태 안에서 개인의 욕구는 압도적으로 폭발적인데, 그것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페어베언이 말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들을 갖고 있지 못한다. 아이는 계속해서 최초의 일차적인 상처를 주었던 부모("나쁜 대상"으로 합입된)부모에게 매달린다(수잔 캐벌러-애들러, 2003)

 


 그런 부모들은 대상의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를 흥분시키고 나서는 반복해서 실제로 정서적인 연결을 바라는 아이의 요구를 거절한다. 연인 부모는 유혹하고 유기하는 부모이거나, 아이와 단순히 함께 있는 것으로 아이를 자극하지만 심리적으로 거부를 하여 아이를 좌절시킨다.

 


 아이는 최초의 부모 상실을 애도하면서 성장한다. 그래야만 그들을(부모) 떠나 보내고 외부의 다른 관계로 나아간다. 어린 아이는 최초의 엄마가 시야에 보이지 않으면 울음(애도)을 터뜨린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차츰 떨어지기 시작한다. 부모 대상의 상실을 애도하기 위해서 아이는 부모와 연결되기를 갈망할 뿐만 아니라 상실의 감정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어야 한다. 어릴적 엄마와 아이가 하는 “깍꿍놀이”가 그 대표적인 놀이이다. 사라졌다 나타나는,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부모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아도 부모가 있다고 믿는 체계는 아이의 상징적 능력을 발달시킨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연결되는 분화된 대상관계를 수행한다. 이 상징적 능력을 발달키기 위해서 최초의 부모에 대한 좋은 인상을 충분히 내면에 보존해야만 한다.

 


 다음은 프로이트 정신분석연구소 이창재 소장의 '공덕역 실종녀' 에 부분적으로 나타난 악마연인콤플렉스에 대한 분석이다.(이창재,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 www.freudphil.com/06community03, 2012)

 



 유아가 전적으로 의존하고픈 엄마에게서 안전하고 만족스런 관계 경험을 하지 못할 때, 엄마가 약하고 불안하게 느껴질 때 (아버지에게 매맞는 엄마..) 외부세상(환경엄마)을 '전적으로 좋은 분' 대 '악마같은 존재'로 분열시키게 된다. 이 분열이 정신구조화되면 성장해서도...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대상을 장단점을 두루 지닌 인간으로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못하고, 좋은 특성만 지닌 대상으로 편집적으로 지각해 내사-융합하거나 헌신하게 된다.


 그러다 (운이 좋아) 그 대상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한 상태가 되거나, 어떤 부정적 자극에 의해 어느 순간 그동안 내면 깊숙이 분열시켜 외면해온 양육자의 결함있던 요소들이 대상(엄마&엄마의 보호자였던 동거인)에게 '투사'되면, 그 대상이 하찮은 쓰레기 내지 악마로 지각되어, 갑자기 화가 치솟거나 두려워져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가출, 철수..)


누군가를 과도 이상화하여 부적절하게 좋아하거나 융합하려 드는 사람의 경우, 그 배후에는 늘 분열되어 봉쇄된 분노가, 즉 악마-연인 콤플렉스가 숨어 있다.


 공덕역의 딸-엄마 관계, 딸-동거남 관계에도 이 콤플렉스가 튀어나와 작동된 점이 있고...

공덕역 엄마의 경우 심리적 보호자였던 동거남이 (감옥에 가) 상실되자 홀로되는 불안이 엄습해, 사랑스럽던 딸이 갑자기 자기 삶을 파괴하는 악마로 지각되었기에, 동거남을 예전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딸을 비난해댄 것이다... 이 모든 기이한 현상들은 성장하지 못한 '유아적 심리 기제'에 기인할 수 있다.


 만약 아버지가 이상적인 좋은 대상이었다면, 이런 유아적 심리상태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딸은 오랜 기간 엄마에 의존된 유아적 심리상태에 묻혀 살다가 ... 환경에 어떤 변화(고교졸업, 성관계 요구받음, 힘 있는 새로운 외부대상을 알게됨..)가 일어나자, 기존의 가족 관계 구조를 바꾸려 시도하는 과정에서...이런 일련의 험난한 사태(가출~보복~고발~존속 비난~..)들이 발생된 것이다.


 보호자(엄마, 가짜삼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 채 순응해 살다가, 분 리독립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분리'를 저지하려는 강력한 힘(삼촌 애낳는 각서)과의 충돌로 인해 대부분 이러저런 파국 사태들이 일어난다. 이는 공덕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감춰진 진실일 뿐이다.

 

 내면에 분열되어 오랜 세월 묻어둔 아기시절 부터의 분노를 적절히 외부로 분출하거나 공감받지 못하면, 그 분노는 내향화되어 자기자신을 파괴하게 되며, 그 결과 심한 우울과 죽음욕구, 텅빈 공허감, 두뇌마비..

 


 사람에게는 울 수 있는 눈물과 울지 못하는 눈물이 있다. 발달하기 위해선 애도가 필요한데, 애도가 충분치 못하면 발달이 정지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울음을 통한 애도과정에서 통제와 억제가 풀리고, 조적 상태가 포기되며, 그 결과 진정한 슬픔에 마음을 열고 마침내 안도감을 가져다 주는 울음을 울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적대감이 마음의 무의식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경우, 떨어져나간 공격성은 내면 세계 안에서 나쁜 대상표상 안으로 흡수될 수 있고, 그 결과, 악마 연인의 형태로 인격화될 수 있다. 이 공격성이 일차적 외상과 함께 정신에서 떨어져 나감으로써 형성된 악마 연인은 정서적으로 살아있는 책임있는 자기로부터 해리된, 심리 신체적인, "사고되지 않은 앎"이 될 수 있다.그 개인은 또한 투사적 동일시 양태를 통해 그 악마 연인을 외재화할 수 있다. 그때 이런 양태들은 그 개인이 의존해 있는 주위 모든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종종 내면 세계 안에 있는 악마 연인은 접촉과 연결, 부드러움을 수용하지 못하고 공격성에 의식하지 못한다.


 이런 Demon Lover complex를 가진 개인이 커서 결혼을 하면 부부사이 그리고 부모 자녀 사이에 연속성 있는 정서 교류를 온전히 못하게된다. 그(녀)는 배우자나 자녀가 잘못하는 일에서 헛점들, 홀대받는 느낌, 약한 점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상대가 완벽하길 바란다. 그것은 유아기에 박탈당한 ‘완전한 엄마대상’ 관계경험을 엉뚱하게 배우자나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이다(김은옥, 2006,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


관련 사이트: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 www.freudphil.com

참고문헌: 수잔 캐벌러-애들러(2003), [애도], 이재훈 옳김,2009, 한국심리치료연구소.

스테판 밋 첼·마가렛 블랙, 이재훈·이해리 옮김, 현대정신분석학,2002, 한국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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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2.07.11. 팸라이프 논단 - 02|작성자 변화순